2015년 1월 26일 월요일

[Food]스테이크 이야기(3) - 굽기

line_rangers-2
드디어 스테이크 이야기 세번째 입니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하여 앞에서 다뤄봤던  도구와 불, 고기에 이어 굽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실 이 굽기야 말로 스테이크의 정수이며 실력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팬과 좋은 화력 그리고 고기는 돈으로 살수 있지만 굽기는 말그대로 경험이고 노하우 입니다.

정말 여러가지 방법도 시도해보았고 여러번 스테이크를 해봤지만 아직도 가장 어렵습니다.

먼저 굽기의 정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께요

스테이크의 굽는 정도는 다들 알고있다시피 크게 세가지로 나뉩니다..

레어(rare) : 겉만 완전히 익고 안은 살짝 익은상태로 피를 제대로 머금고 있는 상태입니다. 안이 그냥 빨갛기만 한거는 아예 안익은거에요.. 그냥 생고기 ㅎㅎ


속이 요런 상태에요.
 
미디움(Medium)미디움은 레어보다는 좀 더 가열된 상태에요. 오히려 미디움이 참 설명하기 애매한데, 안쪽이 레어보단 좀더 익어서 분홍빛을 띤다고 하면 될까요?
 
웰던(Well-Done​) : 웰던은 완전히 익힌 상태를 말합니다. 저는 웰던을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정말 좋은 고기는 웰던으로 먹어야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기회되시고 돈 있으신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고 꼭 알려주세요^^..
미디움이랑 웰던은 가지고 있는 사진이 없네요. 저리 구워 먹을일이 없거든요. 위의 세가지 분류 사이에도 한가지 종류씩 더 있긴 합니다. 미디움레어(Medium-Rare), 미디움웰(Medium-Well) 저는 보통 미디움과 레어의 중간인 미디움레어를 매우 선호합니다.
제 프로필 사진인 요상태가 미디움레어입니다. 레어쪽에 좀더 가까긴 하지요?^^ ​아 먹고싶다.
hoppinmad_angry_line_characters-1
굽기의 정도를 알았으니, 이제는 굽기에 들어가 보도록 합시다.
먼저 무쇠팬을 열심히 달궈줍니다. 올리브오일도 쫘악 뿌려주구요잉.
열심히 최대온도가 될때까지 가열을 해주면 올리브오일에 물결무늬가 생기면서 연기가 나기시작해요.
(스테이크는 연기가 정말 많이 나서 집이 연기로 꽉차게 됩니다. 따라서 창문도 활짝열​어 주시는게 좋아요. 집에 달린 덕트로는 답이 안나옵니다.^^ 안그러면 저는 와이프에게 죽어요 진짜루)
hoppinmad_angry_line_characters-2
그사이에 저는 고기를 간단히 시즈닝해야되요. 시즈닝도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어요. 최소 30분전에 고기에 소금과 후추 그리고 허브를 뿌려준 후 올리브 오일을 발라놓는 방법이라든가, 좀더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 키위 파인애플 등을 갈아서 발라주는 방법이 있어요.​ 이렇게 하는걸 마리네이트해준다고 하는데 담에 한번 따로 다뤄볼까해요. 생각해보니 시즈닝을 굽기 전에 다뤄볼껄 그랬나 싶네요.
암튼 저는 아침에 냉동실에서 상온 해동한 포터하우스 드라이에이징 한덩이를 꺼내어 간단히 굵은 소금과 통후추를 그라인더로 갈아 뿌리고 올리브오일을 살짝 발라 시즈닝을 합니다.
요리요리 잘 발라주세요. 소금은 적당히 조절 잘해주세요. 안그러면 엄청 짤수 있답니다.
hoppinmad_angry_line_characters-9
시즈닝을 한사이에 팬의 기름이 슬슬 물결치듯 시작했어요. 겸허한 마음으로 최대한 온도가 오르기를 기다려봅니다.

팬의 온도를 200도까지 올렸어요. 연기가 장난이 아니게 나기 시작합니다. 역시 무쇠팬은 열을 제대로 머금고 있어요. 참고로 저희집 가스렌지는 스마트센서라서 250도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가스가 차단됩니다. 그래서 스테이크를 구울때는 한번씩 저온도를 초과해서 불이 꺼집니다.
line_rangers-12
이제 고기를 투척합니다.
고기를 투척합니다.
여기서부터가 굽기의 노하우가 시작합니다. 고기의 두께에 따라, 화력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이 구워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정도의 표준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기 맘에 쏙드는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서는 많이 해보셔야 되요. 저도 아직 이 굽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스테이크에서는 맨 처음 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들 들어보셨을꺼에요.
겉은 바짝익혀서 육즙이 흘러나오지 않게 해야한다고...
이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어요. 단백질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크리스피하게 변형이 됩니다. 이것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스테이크가 맛있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갈변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탄 것이랑은 다릅니다. 스테이크도 양 겉면이 마이야르반응이 일어나도록 해주는 데서 스테이크가 시작이 됩니다. 자주 뒤집어주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지 않겠지요?

말이 어렵지요? 어렵다면 마이야르반응이니 갈변이니 다 집어치우시고, 그냥 스테이크의 겉을 타지 않을 정도로 바짝 익힌다고 생각하세요. 센불로 지져주는 겁니다 고냥... 어떤 레스토랑은 아예 토치로 겉면만 바짝 지져서 익혀준 다음 오븐으로 보내거나 굽기도 해요..
겉을 익혀서 육즙을 가둔다는 것은 속설에 불과합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고 해서 육즙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요? 높은 온도에서 굽기때문에 고기 안에서 육즙은 가운데로 몰립니다.​ 그리고 육즙이 정말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스테이크를 다 구운 다음에 5분간 레스팅(resting : 고기를 식혀 고기안의 몰린 육즙이 퍼지기를 기다려주는 작업)을 하더라도 육즙이 흘러나오지 말아야겠지요? 하지만 실제는 어느정도 올라오지요?
그럼 어떻게 구워야 맛있을까요?
moon_and_james-26
제 생각에는 기본적으로 양 겉면을 최소 1분 이상은 가열해줘야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고 봐요. 고기가 2cm이하의 두께라면 양면 각 1분씩 가열해주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고 봐요. 1.5cm 이상이라면 특히 2cm 이상의 두께라면 2분이상 구워서 겉면 조금 안쪽까지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기름을 충분히 팬에 두르셨다면 고기가 탈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2cm 이하 = 1분
2cm = 2분
2.5cm 이상 = 2분 30초​
요렇게 마이야르 반응을 유도하시면 될 듯합니다.​
요런식으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주세요
요때 버터를 몇조각 같이 녹여서 스테이크할때 묻혀주면 스테이크에 고소함이 뱁니다. 이건 취향에 따라서^^
아 연기 때문에 너무 찍기가 힘들어요.
마이야르 반응을 위한 굽기를 마치셨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정도의 익힘을 얻으셔야겠지요?
간단히 어느정도 익었는지 알기 위해서, 손의 감각을 이용해서 판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정도 익을때까지 1분 단위로 번갈아 뒤집어주면서 구워주시면 됩니다.
위와 같이 엄지 아래를 눌러서 판단하기도 하지만, 손등의 엄지와 검지 사이를 눌러서 판단하는 법도 있으니, 편한 방법을 쓰면 되요.​
참 쉬워 보이지만, 문제는 2.5cm 이상의 두께를 자랑하는 진짜 스테이크입니다. ​가정에서 고기의 가운데까지 익힐 수 있는 화력을 가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통 가운데 속이 60도 이상은 되어야 레어를 벗어날 수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45도 넘기기가 힘들거든요. 아무리 1분 간격으로 138,427번 고기를 뒤집어 봤자, 레어입니다.
moon_and_james-13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그냥 레어로 우리의 입맛을 맞춰야 할까요?? 오븐이 있다면 간단히 해결이 됩니다. 마이야르 반응만 일으켜준 후 오븐 안으로 직행시킵니다. 미리 250도로 예열을 해놓으시고, 속을 익히는 겁니다.
5분 정도면 미디움 레어, 10분정도면 미디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고기의 두께와 오븐의 성능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에 많이 구워보시라 말씀드릴 수 밖에 없음이 너무 아쉽네요.
지금까지 스테이크 굽기의 기본이었어요.
요즘에 고든램지식의 스테이크 굽기가 매우 유행입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양갈비스테이크(http://blog.naver.com/zunya32/220236127974)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가 있지만, 결국은 고든램지식이던, 다른 방식이던 스테이크 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야르 반응입니다. 이것을 잘 살려야 맛있는 스테이크를 내놓을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집니다.
고깃집에 가면 정말 미운 분들이 있는데, 고기를 자꾸 뒤적이는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탈까봐 뒤집어 보고, 빨리 익으라고 눌러주고..이런분들은 정말 같이 먹기 싫어요.. 윗분이면 에효 말도 못하고 ㅠㅠ
moon_and_james-24
어떤 고기든지 육즙이 완전히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에요.
잠깐 흥분했네요.. 다시 우리 스테이크로 돌아가서^^
원하는 만큼 익힌 스테이크는 팬밖으로 빼내서 레스팅에 들어갑니다.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굽는 동안 육즙이 가운데 몰려있어서, 바로 먹겠다고 칼질을 하는 순간 육즙이 퍽하고 빠져나올꺼에요 홍수나듯^^ 시도해보셔요.. 대신 그고기는 우리 강아지들 간식이 되는 겁니다.
moon_and_james-4
레스팅이 되는 동안, 스테이크소스가 필요하신 분은 요때 소스도 만드는거에요.또한 가니쉬를 접시에 담고 테이블 세팅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마누리가 놀러가서 혼자이기 때문에 대충할 거에요.




이런이런 집에 레드와인이 떨어졌네요.. 이런 젠장.. 아쉬운대로 냉장고에서 아사히 맥주와 함께 오늘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를 먹으렵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면 테이블 보도 깔고 와인도 준비하고, 향초도 준비하고, 감미로운 음악도 준비를 해주세요. 스테이크의 완성은 굽기가 아니라, 테이블 위의 올라간 스테이크를 더욱 맛있게 해줄 비주얼과 사운드라는 걸 잊지 마세요.
line_characters_in_love-10


다음에는 굽기의 번외편으로 수비드(sous-vide) 조리법에 대해 이야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