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07/17 17:30 교토로 이동
썬더버드를 타고 교토로 이동하였다. 호텔은 교토역 바로 앞에 있는 교토타워 호텔이다. 좋은 위치 조건으로 역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하고 교토역 7층에 있는 라면스타디움으로 향했다.
07/17 19:00 라멘 식사와 교토타워
8개의 라면 전문점이 자존심을 걸고 누가 더 맛있는 라면인지 겨루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유명한 라면집들 답게 모두 만원이었고, 우리는 돼지사골로 육수를 우려낸 가장 큼지막한 라면이 나오는 집을 선택하여 라면티켓 자판기에서 라면티켓을 산 후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근처에 가자마자 우리나라 돼지국밥과 같은 냄새가 코를 매우 자극한다. 바(Bar)로 자리를 안내받아 자리에 앉으니 얼마 안있어 바로 라면이 서빙되었다. 라면은 큼지막한 차슈 네 점이 보기좋게 데코레이션되어 나왔고, 옆에 있는 생마늘을 다지기로 다져서 넣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면도 참 찰지고 챠슈도 부드럽고, 국물은 느끼한 감이 없지 않으나 맛이 매우 깊다. 일본식 라면은 확실히 맛이 있다. 음식 하나에 가치를 담아 제공하니, 먹는 사람이 흥이 난다.
저녁을 마치고 교토타워에 오른다. 교토타워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20:40 입장 마감시간 즈음해서 올라간다. 일본 제2의 수도답게 교토의 야경은 눈이 부셨다. 잠시나마 황홀한 불빛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무료인 망원경을 잡고 둘러보았다. 그런데 근처 아파트 거주자들은 주거권 침해가 우려되었다. 망원경의 성능이 너무 좋아서인지 집안의 상황이 너무 자세하게 보였다. 이걸 아는 집들은 고층임에도 신문지나 블라인드로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멀리까지 잘보이는 망원경이라 그 범위가 상당히 길었고, 세심한 일본사람들도 이런 것을 놓칠 때가 있구나 싶었다. 모든 일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경험이었다.
07/17 21:00 기온거리 및 야사카 신사
교토타워를 내려와서 교토 지하철을 타고 기온거리로 이동했다. 기온거리는 게이샤 거리라고도 칭한다. 예전에 게이샤들이 여기서 항상 춤과 노래로 손님을 맞았던 거리이다. 요즘에는 게이샤를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운좋게도 우리는 게이샤를 잠깐이나마 지나가면서 볼 수 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많은 주점이 있었으며 특히 가모가와 강쪽으로 있는 주점은 강 위에 테라스가 있어 손님들이 테라스에 앉아 강의 정취를 느끼며 음주를 즐길 수 있게 해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편의점에서 기린 맥주를 사서 가모가와 강을 바라보면 한모금 마셨다. 많은 젊은이들이 가모가와 강가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자기들만의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젊은이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가모가와 강가를 따라 걷다 야사카 신사에 오른다. 저녁신사 방문은 첨이라 느낌이 매우 생소하다. 야사카 신사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고풍스러움이 묻어난다. 특이한 점은 신사 안에서 닭꼬치, 타코야키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절이나 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것인데, 저 광경을 보면서 일본의 신사는 생활과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07/18 08:00 교토 관광 시작
아침 일찍 일어나 캐리어를 로비에 맡기면서 체크아웃하고 교토역 상가로 가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며 일정을 체크한다. 니조성 - 금각사 – 헤이안신궁 – 청수사 를 기본 일정으로 하여 교토의 주요 전통 유적지를 다녀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교토역 관광안내소에서 버스패스를 구입하고 니조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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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 09:00 니조성
니조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에서 기거하던 성으로, 동서로 500m, 남북으로 400m 규모의 성벽을 쌓고, 그 둘레에는 해자를 축조하였다. 일본의 다른 성들과 달리 내부가 화려하다. 여러 건물 가운데 성의 중심인 니노마루[二の丸]가 가장 훌륭한 건축미를 자랑한다. 성에는 “우구이수바리”라는 마루가 있는데, 마루 위를 걸으면 새 울음소리가 나서 외부에서 적이 침입할 경우 알아차리기 쉽다.
일본 성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해자가 참 발달되어 있다. 뒤에 오사카성 같은 경우도 해자가 외성 밖에도 있지만 내성과 외성 사이에도 해자가 있었다. 유럽의 성들도 해자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평지보다는 산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해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차이가 있다.
니조성 안에도 당연히 정원이 있다. 이쁘다. 하지만 들어가면 안될거 같다. 내가 없어야 아름다운 정원이다. 인공적으로 다듬어 놓고, 물길을 만들고 모양을 낸 일본 정원은 이제 식상하다. 한국의 정원의 아름다움을 일본에서 찾았다. 한국의 정원은 인공적으로 가득 채워 놓기 보다는 여백을 남겨놓아 내가 거기 들어갔을 때의 아름다움 또한 그려진다. 또한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니조성을 뒤로 하고, 금각사로 이동한다.
07/18 11:00 금각사
교토에 가면 꼭 가야 하는 코스라고 하는 금각사는 1397년 무로마치막부시대의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지은 별장이었으나, 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로쿠온지라는 선종사찰로 바뀌게 되었다. 무로마치시대 전기의 기타야마문화[北山文化]를 상징하는 3층 건물로서 각층마다 건축양식의 시대가 다르다. 1층은 후지와라기, 2층은 가마쿠라기, 3층은 중국 당나라 양식으로 각 시대의 양식을 독창적으로 절충하였다. 1층은 침전과 거실로 쓰이고, 2층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셔두었으며, 3층은 선종 불전이다. 이 가운데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위에 금박을 입혔다. 1950년 한 사미승에 의하여 불에 타 없어졌으며, 지금의 건물은 1955년에 재건한 것이다. 여기서 한번 더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상기한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한순간의 방심과 실수로 전체를 잃을 수 있다.
선문에 들어서자마자 넓은 호수와 함께 건너편에 금각사는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가까이서 보니 금박을 붙여놓은 게 그다지 이쁘지는 않았다. 매년 시민들의 세금으로 금박을 유지 보수한다고 하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보였다.
07/18 12:00 오카키타 우동집
빠르게 금각사를 둘러보고 헤이안 신궁으로 이동하면서, 점심때가 되어 헤이안 신궁 근처에 있는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우동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헤이안신궁 15분 거리에 우동집 두곳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바로 야마모토 멘조와 오카키타이다. 야마모토 멘조는 카레우동이 유명하고, 도쿄식 우동으로 면발이 쫄깃한 특징이 있어,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반면에 오카키타는 70여년 3대에 걸쳐 내려오는 우동집으로 교토식 우동으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새우튀김덮밥과 새우튀김우동이 특히 유명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야마모토멘조는 내부공사로 잠시 휴업중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오카키타 우동을 맛을 보게 되었다. 누가 맛집이 아니랄까 길게 늘어진 줄 가장 뒤로 가서 30여분간 기다려서 드디어 맛을 보게 되었다. 우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의 입맛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우면서 찰랑거리는 면발은 장인의 솜씨가 느껴졌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07/18 13:00 헤이안 신궁
식사를 마치고 15분을 걸어 헤이안 신궁에 도착했다. 헤이안 신궁은 간무덴노[桓武天皇]의 헤이안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하여 1895년에 건립하였다. 에도시대에 실질적인 정치적 중심이 도쿄로 옮겨지고, 1868년에는 수도가 도쿄로 옮겨지자 교토는 상징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교토의 교육·문화·산업·생활을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는데, 그러한 정책의 하나로 이 궁을 설립하였다. 넓은 신사 경내가 신전을 둘러싸도록 하였으며 신전은 헤이안시대 왕궁의 형식을 본떠 만들었다. 붉은 옻칠을 한 기둥과 초록색의 기와가 특징적이다.
신사 자체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나, 후원인 신엔은 입장료를 받아서 들어가야 했다. 일본의 여느 정원과 비슷하게 큰 호수에 정자가 있고, 벗나무화원 등 대동소이해서 빠르게 관람하였다.
07/18 14:00 청수사
다시 버스를 타고 청수사로 이동했다. 도착지에 내려서 청수사를 올라가려고 보니, 오르막길이 끝도 없이 보였다. 날도 덥고 땀도 많이 흘린 상태라 이거 어떻게 올라가나 라는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청수사는 교토내에서도 손을 꼽는 명승지이고, 실제로도 보고 싶었기 떄문에, 걱정스런 마음을 다잡고 한걸음 한걸음 오르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는 각양각색의 모찌 및 전통 과자 그리고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유럽이나 일본의 특징은 관광상품 개발을 잘하고 기념품도 다양하게 잘 만든다.
청수사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은 후 천천히 관람을 시작했다. 청수사는 일본어로 기요미즈데라라고 하며, 780년에 나라에서 온 승려 엔친이 세운 사찰로 알려져 있다. 기요미즈[淸水]는 '성스러운 물'을 뜻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성스러운 물을 마시기 위해 찾아온다. 깍아지른 절벽 위로 돌출되어 있는 본당의 툇마루 '기요미즈노부타이[淸水の舞台]'에서는 교토 시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노타키폭포에서는 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데, 왼쪽의 폭포수는 지혜·중간은 사랑·오른쪽은 장수에 좋다고 한다. 단 두가지만 마셔야 하고 세가지를 다 마시면 욕심 때문에 불행해 진다고 알려져 있다.
불당을 빠르게 둘러보고 기요미즈를 마시기 위해 오노타키 폭포로 가보니, 줄이 이미 길게 서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중국인 무리들이 그걸 받아 생수통을 채우고 있다. 참으로 어글리한 짓이 아닐 수 없다. 한국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해외여행이 급증하며 어글리 코리안의 악명을 자자했었는데, 요즘은 중국인들이 그 악명을 이어받는 듯하다. 10여분 정도 기다려서 지혜와 사랑의 폭포수를 마시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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